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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린(圭潾) 김경신 시인...[떨리는 눈시울]


[떨리는 눈시울]

            


떠나가는 철새를 바라보는 억새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고 있다

계절이 바뀌면 돌아오겠다는 철새의 언약에 가슴 시리고

가는 길을 외면하고 싶어 느릿느릿 바라보고
가는 허리 힘들게 흔들리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억새

마른침을 삼키는 목이 아파 그저 끄덕일 수밖에 없는 얼굴마다
그리움이 초가집 이엉처럼 수북하게 얹어져 있다

새치름하게 제 곁으로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간절한 기도로 목이 쉬어 비틀거리고 있는 소리를
바람이 귀를 대고 들어주고 있다



 규린(圭潾) 김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