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검사도 받지 않은 특수 방화복 수천여벌이 전국 소방서에 대량으로 보급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민안전처는 제보가 들어올 때까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실태 조사를 벌여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안전처는 실태조사 뒤 해당 업체를 형사 고발했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몇 벌이나 소방관들에게 지급됐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검사를 받지 않은 물량은 5000여벌 가량이 보급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안전처는 15일 “조달청 조달절차를 통해 일선 소방관서에서 구입한 방화복 중 한국소방안전기술원(KFI)의 제품인정 검사를 받지 않고 납품된 경우가 있다는 제보가 조달청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KFI, 조달청과 합동 조사를 벌인 안전처는 “조달납품 수량과 KFI의 인정검사 수량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사실을 확인한 후 지난 6일 관련업체 두 곳을 형사고발 조치했다”며 “각 시·도 소방본부에 KFI 미검정 의심 방화복에 대해 지난 5일 착용보류 조치를 통보해 현장 소방대원의 안전에 위험이 없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처는 일선 소방서에 방화복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고보조금 190억원을 들여 3만1119벌을 조기 구매할 방침이다. 조달청은 부정 납품한 강원도의 D사와 부산의 K사에 대해 제품 판매를 금지시키고 대금환수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수 방화복은 화염이나 고온에 취약한 기존 구형 방화복을 대체하기 위해 wlsks 210년 1월부터 보급하기 시작했다.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은 특수 방화복에 대해 KFI 인정기준(한국소방산업기술원 규격)을 제정하고 이를 표준 규격으로 정해 지금까지 납품을 받아왔다.
이를 기준으로 전국 소방관서는 현재까지 특수 방화복 구매 시 정부 조달체계를 거쳐 KFI 인정을 얻은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방화복은 KFI 제품검사를 거치지 않은 무검사 제품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안전처는 불량 방화복이 지급된 사실을 조달청이 통보할 때까지 알지 못했다.
결국 일선 소방관들은 몇 개월 간 안전성이 확인돼지 않은 방화복에 목숨을 의지한 채 현장에 출동한 셈이다. 안전처와 KFI의 허술한 검정체계에 대한 비판이 그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적인 제품검사를 거쳐 합격하게 되면 방화복 외피와 내피 등 4곳에 철인을 이용해 합격표시를 하게 된다. 문제는 합격 표시에 사용하는 철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품검사 때 KFI 직원이 해당 업체에 직접 방문해 도장을 찍어줘야 하는데 이 도장을 피검사자인 제조사 직원이 직접 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인의 잉크 색도 통일돼 있지 않았다. KFI는 검은색 불멸잉크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번에 보라색 잉크가 발견된 것이다. KFI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합격표시 방법을 급하게 변경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인데, 지난 2일부터 기존 철인 도장 방식에 별도로 검인도장을 받은 합격표시 필증을 방화복에 부착하도록 바꿨다.
안전처 관계자는 “이번 방화복 납품과 관련해 형사고발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해 소방안전 장비납품 비위를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부서와 합동으로 제도개선 TF팀을 꾸려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