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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통신) 울창한 숲 사이로 여름 햇살이 반짝인다. 시원한 계곡 물 흐르는 강원도 홍천의 깊은 산골, 그 숲에는 ‘돈키호테’가 산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비 오는 날이면 가끔 알몸으로 숲을 즐긴다는 이 남자, 최기순(56) 씨다. 허허벌판이었던 콩밭에 자작나무를 심고 이끼를 기르며 7천 평 가량의 숲을 가꾸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호랑이 서식지를 만들 계획이었다는데…. 남들은 엄두조차 못 낼 황당무계한 꿈을 꾸는 그의 정체는 대체 뭘까?



다큐멘터리 감독 일을 하던 기순 씨는 1년 간 야생 호랑이를 찍고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시베리아의 영하 40도 추위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자연와의 공존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기순 씨. 언젠가 살아 숨 쉬는 생태 학교를 꾸리고 싶다는 큰 포부를 가진 그는 지금 낙원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돈키호테를 도와 숲을 가꾸는 그의 가족들. 팔순의 나이에도 경운기며 포크레인을 모는 아버지 최종화(80) 씨, 식구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어머니 박순옥(79) 씨, 그리고 ‘산초’ 역할을 든든히 해내고 있는 조카 이혜지(24) 씨까지. 가족들을 진두지휘하며 자꾸만 일을 벌이는 기순 씨를 위해 세 식구가 뭉쳤다.



돈키호테에게 하나뿐인 연인, ‘둘시네아’가 있다면 기순 씨에게는 안아 스베라 씨가 있다. 충주의 아름다운 한옥에 살고 있는 파란 눈의 미국인 아내. 인도에서 치유 음악을 배운 음악가 안아 씨는 대가야의 악사였던 ‘우륵’에게 빠져 그의 고향인 충주에 터를 잡았다. 기순 씨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지는 8년 째. 꿈속에서 본 긴 머리의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안아 씨는 거짓말처럼 3일 만에 현실에서 기순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달콤함도 잠시, 두 사람은 주말 부부가 된 지 오래다. 주중이면 숲을 가꾼다고 홍천, 겨울이면 야생 동물을 촬영하러 시베리아로 떠난다는 남편. 두 집 살림을 하는 기순 씨가 아내는 못마땅하기만 하다.



항상 흙투성이 차림으로 숲에서 지내던 기순 씨가 오랜만에 단장하고 공항에 딸 마중을 나간다. 독일에서 온 최안젤라(18), 3년 만의 애틋한 부녀 상봉이다. 안젤라가 5살 때 러시아에서 함께 살다가 전처와 헤어지고 떨어져 지낸 지 오래. 야생 다큐멘터리에 빠져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들, 돌이켜보니 참으로 나쁜 아빠였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말로 다 못할 기순 씨지만 어느새 마음까지 부쩍 자란 딸은 아빠를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 격차가 생겨버린 부녀 사이, 언어마저 통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관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안젤라를 환영하기 위해 소담한 꽃다발을 사들고 숲을 방문한 아내 안아 씨. 한국어, 영어, 독일어 그리고 부모님의 사투리까지 섞이니 언어의 정글이 따로 없지만 모두가 기순 씨를 중심으로 엮인 소중한 가족들이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 어떠한 후회도 남지 않도록 자신만의 길을 가는 기순 씨. 낮에는 눈부신 햇살이 스미고 밤이면 반딧불의 향연이 펼쳐지는 숲, 그곳에 돈키호테가 산다.





기사 및 사진제공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