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통신) ‘당신의 하우스헬퍼’에는 숨은 엔딩 요정이 있다. 매회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석진의 내레이션이 그 주인공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극본 황영아, 김지선, 연출 전우성, 임세준)에서 엔딩을 장식하는 캐릭터는 매회 달라진다. 하지만 극 중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김지운(하석진)의 내레이션이 “진짜 엔딩 요정”이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면서, 해당 회가 끝날 때마다 깊은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1~2회 : “나는 하우스헬퍼다.”
“나는 하우스헬퍼다. 나의 도움을 받으려면 문을 열어야 한다. 당신들의 민낯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완벽한 하우스헬퍼 지운의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임다영(보나)과의 첫 만남에서 나온 내레이션, “하지만 열어주지 않는 문을 굳이 두드릴 생각까지는 없다”는 엔딩까지 이어졌다. 인턴 생활에 지쳐 집 정리를 사치라고 생각한 다영은 옆집 옥상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지운과 시선이 마주치자 문을 굳게 닫았다. 반대로 지운은 한강 다리에서 만난 다영이 경찰서에 가게 됐지만,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먼저 도와줄 생각이 없는 지운과 민낯을 보여줄 준비가 안 된 다영. 이처럼 극 초반에 나온 내레이션이 엔딩 장면과 연결되면서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문을 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3~4회 : “그게 정리의 시작이다.”
“정리에 순서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현관의 신발이라고 말할 것이다”라는 내레이션은 다영의 집으로 들어가는 엔딩 장면에서 흘러나왔지만, 윤상아(고원희)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했다. “내 발을 아프게 하는 신발, 한 번도 신지 않은 예쁘기만 한 신발은 현관을 나가야 한다. 너무 신어 밑창이 다 드러난 낡은 신발은 버릴지 고쳐서 신을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레이션이 지운의 도움을 받아 남자친구와 꼬여있던 관계까지 끊어낸 상아를 떠올리게 한 것. 지운에게 문을 열어준 다영, 그리고 집과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운 상아. 마지막으로 “그게 정리의 시작이다”라는 지운의 목소리가 정리의 힘을 알게 된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7~8회 :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복통에 시달리면서도 회사 때문에 참기만 했던 다영. 결국 견디다 못해 쓰러진 다영을 발견한 지운은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놓았더라도 한 번 생긴 감정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냉장고 속에서 변질되어 가는 음식물처럼 말이다”라는 내레이션이 다영의 안쓰러운 상황을 대변했다.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힘들면 힘들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너무 오래되기 전 꺼내놓아야 한다”는 지운의 목소리와 고통스러워하는 다영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힘들고 아픈 감정을 혼자 참아내야만 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마음을 울렸다.
#11~12회 : “그 속의 물건들에게 말을 걸어보면 된다.”
“서랍 속에 넣어두곤 쓰지 않는 물건이 많다. 잘 보관하고 있는 거 같지만 실은 잃어버린 것과 같다. 그렇게 잊혀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음먹고 서랍을 정리하기 전까진”으로 시작된 지운의 내레이션. 과거 연인으로 예상되는 소희가 남긴 흔적들을 여전히 서랍 속에 보관하고 있는 지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또한, 쓸모가 없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물건을 갖고 있는 강혜주(전수진)와 장씨 할아버지(윤주상)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뒤죽박죽인 서랍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면, 그 속의 물건들에게 말을 걸어보면 된다”는 내레이션이 끝나고 술에 취해 다영에게 입을 맞춘 지운. 그리고 이어진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지, 서랍 속에 있기를 바라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제 그것과 이별 할 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지막 내레이션은 아직 과거의 흔적들로 뒤죽박죽인 서랍을 갖고 있는 지운에게 펼쳐질 새로운 전개를 예고했다.
사진 제공 : ‘당신의 하우스헬퍼’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