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뉴스통신) 대장암 말기인 4남매 엄마,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봄을 맞았다.
5년째 암과 싸우는 엄마가 있다. 고향 제주에서 아이 넷에 레미콘 기사인 남편, 형제자매들과 우애 좋게 사는 평범한 중년, 강옥미(47) 씨. 두 번의 대수술과 사십여 번의 항암수술에도 암 세포가 온몸에 퍼져나갔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혼신의 힘으로 삶의 끈을 붙잡아 왔던 건 가슴으로 품은 큰딸부터 열 살 된 막내딸까지 네 명의 아이들 때문…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솟았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마저 귀찮기만 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불 속에 갇혀 고통에 시름할 수밖에 없었던 나날. 문득, 옥미 씨는 오늘 하루를 기적처럼 살기로 했다. 눈이 오면 신나게 썰매를 타고, 봄꽃이 만개하면 꽃놀이를 가자며 아이들을 이끌었다. 약속된 미래가 없기에 더욱더 소중한 우리 가족의 시간- 사랑으로 가득한 옥미 씨 가족을 만나본다.
15년 전, 옥미 씨는 남편 심명원(48) 씨를 만났었다. 당시 명원 씨는 이혼하고 홀로 어린 딸 보민이를 키우고 있었다. 엄마 없는 보민이가 옥미 씨를 애처롭게 따랐고, 옥미 씨도 그런 아이가 예뻤다. 세 사람의 만남은 잦아졌고 곧 결혼했다. 부부는 밑으로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는데… 2013년, 옥미 씨에게 불행이 닥쳤다. 딱 1년만 넘겨보자, 죽도록 암과 싸우는 엄마 곁에서 보민이는 든든한 맏딸. 남편 명원 씨는 실없는 농담으로 옥미 씨를 웃게 해주는 사람. 두 사람은 아픈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살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술비를 모으고 병간호까지 자처했던 옥미 씨의 형제자매들도 있다. 그 중 두 언니는 아침저녁 오가며 살림과 육아, 건강식품까지 친정엄마처럼 아낌없이 퍼줬다. 이 사람들이 있기에 옥미 씨는 오늘 밤도 병마와 싸운다.
옥미 씨는 42세의 나이로 대장암 3기를 진단받았다. 이때 막내딸의 나이가 다섯 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 암이 두 배로 커졌다. 죽을 것 같은 고통… 더 이상 쓸 수 있는 항암제도 없다. 표적치료제만 먹으며 버티고 있는 옥미 씨.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몰랐다. 그래서 가족들은 도시생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3년 전 옥미 씨의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별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점점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일 아빠와 싸우고 삐지는 사춘기 아이도 있고, 엄마가 아픈 줄도 모르고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도 있다. 엄마가 떠난다는 게 뭔지도 모를 텐데… 옥미 씨, 제 몸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 마지막으로 소원이 있다면 이 아이들 곁에 하루라도 더 머물 수 있길. 엄마는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다.
올해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제주. 2월이 지나 3월, 언 땅 위에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졌고 봄을 알리는 매화도 피기 시작했다. 호탕하게 웃으며 ‘나도 한번 예쁘게 피어야지’라고 투병 의지를 확인하는 옥미 씨. 가만히 누워있으면 병에 집중할까봐 도시락 배달 봉사를 다니고, 학교 사서까지 맡았다. 이젠 고통에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죽어가는 사람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읽고 울음이 터진 아이를 끌어안으며, 옥미 씨는 속삭여준다. ‘엄마가 늘 곁에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