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통신) 여행박사가 여행사 최초 격주 4일 근로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컴퓨터 모니터 위에 ‘나 오늘 찾지 마’라는 알림판을 내걸고 오후 3시에 회사를 나서는 박솔이 대리의 발걸음은 가볍다. 이 회사로 이직한 후 생긴 변화로 매달 나오는 ‘시간 보너스’는 자유시간을 즐기는 데 쓴다. 얼마 전 새로운 복지로 금요일 휴가가 결정된 다음엔 캘리그라피를 배워볼 욕심이 생겼다.
여행박사가 시행하고 있는 ‘라운지데이’, 매달 한 번 3시간 일찍 퇴근하는 ‘조기 퇴근제’는 2015년 9월 시작한 이후 가장 선호도 높은 복지제도 중 하나로 정착했다. 이번엔 여행업계 최초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회사 인트라넷에 대표이사의 공지글이 전격 발표된 후 직원들 뿐만 아니라 업계까지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길게 일하고 제대로 쉬지 못한다. 지난해 OECD 자료로 살펴본 우리나라 국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300.4시간이다. 2015년은 2113시간으로 최장 근로 국가인 멕시코(2246시간)와 비교했을 때 54시간가량 많고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71시간)과 비교하면 다섯 달 가량 더 일한 셈이다.
불필요한 야근이 잦고, 주어진 유급휴가도 쓰지 못하다 보니 업무 피로도가 높고 일에 치여 자기 계발할 여유도 없다. 일과 가정, 직장생활과 여가활동을 양립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 4일제 근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인재 확보를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야후재팬은 4월부터 육아나 가족 간병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주 4일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2년 전부터 지방 매장 정직원 1만 명에게 주 4일 근무제로 일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이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연한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에서 한화로 인수된 한화종합화학은 인원 감축 대신 5조 3교대에 따른 주 4일제 근무제로 바꿨으며 정규직을 채용하는 공공기관 경북테크노파크는 입사 초부터 주 4일 근무자를 따로 모집하고 있다.
변형 4.5일 근무제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숙박앱 업체 위드이노베이션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주 35시간), 출판사 김영사는 금요일은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하는 주 4.5일 근무제로 운영된다. 화장품 제조업체 에네스티는 2013년부터 전 직원이 매주 금요일 쉬는 대신 하루 9시간 근무하는 주 4일제로 일하고 있다.
여행박사 황주영 대표는 “일을 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할 땐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쉴 땐 확실하게 쉬자는 것”이라면서 “직원들 삶의 질이 높아지면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취지를 밝혔다.
2000년 창업한 여행박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시차제도, 유연 근무제, 회사 10분 거리 사택지원, 네일아트 같은 미용시술비 지원 등 다채로운 직원 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주 4일제 근무제’ 도입으로 여행박사 직원들은 한 주는 40시간, 한 주는 32시간 형태로 격주 금요일 휴가를 시간 보너스로 받게 된다. 고객 응대에 차질이 없도록 350명 직원들은 번갈아 쉬면서 업무 효율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도입되는 주 4일 근무제는 급여 감축이나 기존 복지제도 축소 없이 근무시간을 줄여주는 것으로 확정되어 여행박사 직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이 제도는 8~10월 석 달 간 시범운영을 통해 여행박사를 이용하는 고객과 직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완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