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뉴스통신) 전남 장흥에서도 남쪽 끝, 작은 바다 마을에 살고 있는 은지(9)와 은미(7). 둘은 이 마을에서 유일한 친구이자 자매이다.
어린아이라고는 둘밖에 없다 보니 이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은 인사성 바른 은지와 은미의 독차지다. 학교와 유치원이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자매의 일과는 아빠를 찾으러 나서는 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땡볕 아래, 아빠를 찾겠다고 논밭이란 논밭은 다 찾아다니며 아빠를 외친다. 그러나 넓은 논밭에서 아빠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빠 정렬 씨(44)도 아빠밖에 모르는 은지와 은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심 좋은 시골이라 해도 팍팍한 생활에 두 딸과 노부모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는 늘 아이들 곁만 지키고 있을 수 없다.
자매는 아빠를 기다리며 몇 번이고 서로를 안아준다. 그렇게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그나마 마음이 편해지곤 하는 은지와 은미.
아이들이 아빠를 유난히 따르는 이유는 은미가 젖도 떼지 못했을 때 베트남 출신 엄마가 집을 떠나면서, 아빠가 어린 두 자매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렬씨는 아빠이자 엄마가 되어주었다. 그런데 1년 전, 은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 엄마가 은지를 찾아왔다. 기억에 없던 엄마와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날 이후 은지는 아빠에게 더욱 집착하기 시작했다. 동생을 잘 돌보다가도 아빠 생각만 나면 은미보다 더 어려지는 은지. 혹시나 아빠도 엄마처럼 가버리는 건 아닐지. 어린 마음에 생긴 생채기는 좀처럼 아물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아빠 정렬씨의 하루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낮에는 소작하는 밭을 일구면서 남의 일까지 도와 품삯을 받고, 밤에는 일이 있을 때마다 배를 타고 바닷일을 나간다. 아침, 저녁으로 은지와 은미를 챙기고, 급격히 몸이 쇠약해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노부모까지 챙기다 보면 하루는 눈 깜빡할 새에, 일주일은 하루처럼 지나가 버린다. 젖먹이 시절부터 제 손으로 키워온 두 딸이 아빠만 찾는 것을 뻔히 아는 정렬씨도 아이들을 종일 품 안에 두고 싶은 마음이야 가득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아빠는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들을 감당하고 있다. 게다가 당장에 쓰러질 것 같은 몇 십 년이 넘은 흙집도 문제다. 조금씩 손을 보면서 지금까지 버텨냈지만, 이제 비까지 새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정성을 쏟아 부었던 양파 농사까지 망치게 되면서 아빠의 걱정은 더욱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