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에 생존했던, 또는 생존하고 있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 인류문명을 지속해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불을 사용할 줄 알았기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그 불로 인해 재앙도 뒤따르고 있다. 해마다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화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기도 한다.
화재는 무엇보다도 초기진압이 중요하다. 초기 화재발생 시에는 ‘한 개의 소화기가 소방차 1대의 위력을 발휘 한다’는 말이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의정부3동 대봉그린아파트 대형화재사고 이후에도 최근까지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초기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진화가 어려운, 그러면서도 우리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화재사고가 있다.
바로 주방화재다.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튀김요리 등을 하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에 자주 발생하는 화재사고 유형이다. 식용유 250밀리리터를 넣고 불에 가열했을 경우 약 7분 만에 온도가 450도에 이르러 불길이 치솟는 등 단 시간에 기름이 발화점을 넘게 된다.
만약 주방 등에서 요리를 하던 중 식용유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물을 뿌리면 더 큰 불길에 휩싸일 수 있다. 유증기에 뿌린 물이 높은 온도로 순식간에 수증기로 바뀌면서 유증기 부피 팽창으로 화재가 확대되어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주방화재는 어떠한 방법으로 진압이 가능할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신선한 야채 등을 화점에 넣어 온도를 낮추고, 튀김용기보다 큰 덮개 등을 씌워서 질식소화를 하는 방법이다. 그 후 주변에 옮겨진 불은 일반소화기를 사용해 진화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이 날 경우 당황해 신선한 야채 등을 찾아서 온도를 낮추고 식용유화재 지점의 용기보다 더 큰 덮개 등을 덮어 진화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다행히 화재발생 주변에 A,B,C급 분말소화기가 있어 이를 이용해 화재를 진화하려 해도 소화약제 특성상 분말소화기로는 식용유 화재를 완전히 진화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A,B,C 분말소화약제로 소화가 곤란한 식용유 등 주방화재를 K급(식용유화재)으로 별도 분류해 적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화재 분류를 일반화재용은 A급, 유류화재용은 B급, 전기화재용은 C급 등 3가지로만 분류해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식용유 등을 많이 사용하는 음식점 주방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주방화재에 적응성을 갖춘 소화기나 소화시스템에 대한 관련 규정이 극히 미비해 보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국가화재안전기준(NFSC)을 개정해 새롭게 K급화재(식용유화재)에 대한 적응성을 구분하고, 음식점이나 다중이용업소, 호텔, 기숙사, 노유자 및 의료시설 등 주방에는 바닥면적 25㎡ 마다 1개 이상의 K급소화기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K급화재란 주방에서 식물성유, 동물성유, 지방유 등을 취급하는 조리기구에서 일어나는 화재로, 소화기의 적응 화재별 표시는 ‘K’로 표시된다.
이처럼 우리 주변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주방화재에 대한 ‘화재안전기준’이 새롭게 개정되어 ‘K급소화기’가 의무적으로 비치될 경우, 향후 음식점 등 상업용 주방에서 발생하는 식용유화재를 초기에 안전하게 진화해 소중한 재산피해이나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