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 등록 2018.12.21 07: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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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통신)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인 ‘삼각산 남쪽 양지바른 동네’ 삼양동은, 북한산 최고봉인 인수봉이 가깝게 올려다 보이는 오래된 산동네다. 우이동에서 신설동까지 13개 역을 운행하는 2량짜리 꼬마 도시철도 ‘우이신설 경전철’을 타고 삼양사거리에서 내린 배우 김영철은, 낮은 담장 너머로 힘차게 짖으며 맞아주는 동네 개들의 환영인사 속에 <동네 한 바퀴> 다섯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강북구와 성북구의 경계인 솔샘 터널 위로 숨찬 발걸음을 옮기면, 이런 산 위에 사람이 살았나 싶은 산동네 미향마을의 자취가 사진으로 남아있다. 2008년 철거될 때까지 약 60가구가 50여 년간 모여 살았던 미향마을은 이제 도시형 자연공원으로 재생되어 삼양동의 역사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다. 아파트와 오래된 주택가가 공존하는 삼양동 길을 걷던 김영철은 추운 겨울에도 천막으로 바람을 막고 윷놀이하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멈춘 시계, 제대로 가는 시계, 한 박자 느리게 가는 시계 등 열 개도 넘는 시계가 벽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특이한 윷놀이 쉼터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지금 당신은 어떤 속도로 삶을 걸어가고 있는가’ 라고.



윷놀이쉼터 바로 앞, 옛 삼양시장 길에 터줏대감처럼 자리잡은 노포가 있다. 범상치 않은 간판의 옛날 가마솥 통닭집. 이 집 주인은 가게에 앉아, 멀리서 걸어오는 손님 얼굴만 창문 너머로 봐도, 생닭, 통닭 손님을 백발백중 알아맞히는 삼양동의 관찰카메라.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가 없었던 시절, 유일한 패스트푸드였던 통닭은 이제 영화로웠던 시절을 떠나보냈지만, 주인아주머니의 푸근한 인심에 언제나 손님보다 놀러오는 이웃 친구들이 더 많은 삼양동의 사랑방으로 남았다.



한편, 삼양동엔 추억을 소환하는 훈훈한 풍경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이면에는 고달픈 삶의 현실도 존재한다. 좁은 골목과 까마득한 계단이 유난히 많은 동네여서 아직도 마을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높은 동네 사람들은 겨울이면 병원 한번 다녀오는 일도 큰 걱정이다. 도시가스조차 들어오지 않아 아직도 프로판 가스를 번번이 배달해 써야 하는 오래된 동네에서, 변하지 않고 지켜야 할 가치와 변하고 개발돼야 할 것에 대한 도시의 숙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고단한 이들의 삶과 함께 해 온 삼양동 오랜 토박이도 있다. 53년 전 한국에 온 뉴질랜드인 안광훈 신부(본명 브레넌 로버트 존). 강원도 삼척, 서울 목동, 삼양동에 이르기까지 개발시대 철거민들과 함께 해 온 인연은 그에게 ‘빈자의 등불’이라는 별명을 안겨 주었고, 이제는 삼양동 주민 연대 이사장의 직함을 가지고 어렵고 힘든 삼양동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이웃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 쌓여있는 삼양주민연대 다락방에 올라갔다가 배우 김영철이 뜨거운 눈물을 참지 못한 사연, 그리고 오래된 동네 삼양동이 저무는 2018년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리 크리스마스’의 송년 인사가 12월 22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5화. 정들겠다 친구야 ? 서울 강북구 삼양동] 편에서 공개된다.




기사 및 사진제공 : KBS
현대곤 기자 biggo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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