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정’, 이제는 냉정하게 끊어야 할 때다

  • 등록 2018.04.10 20: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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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의 식당에 들어서면 백이면 백 놀라는 점이 있다. 음식 주문 후 그들이 시키지도 않은 반찬들이 한 상 푸짐하게 깔린다는 점과 그 모든 반찬이 무료라는 점이다. 이에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식당을 경험하곤 고국으로 돌아가 “그 곳엔 신기한 문화가 있다”고 전파하기도 한다. 그들이 체험한 이른바 ‘한국인의 정’은 한국인들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바로 ‘한국인의 정’이 선진국형 식당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중추적인 역할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푸짐하게 나오는 수많은 반찬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한국인의 정’이라는 감정적인 우쭐함이 어찌 할 수 없는 지경으로 까지 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약 1만5천 톤이며 연간 500만 톤이 넘는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20조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치까지 합하면 40조원에 가까운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럴 진데 아직도 식당에서는 수많은 반찬들이 서비스로 나가고 있고, 손님들은 당연한 듯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이런 대한민국 식당의 관행을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김치 더 주세요!”라는 말이 식당에서 사라져야 한다.


한국은 식당에서 “이것 더 주세요. 저것 더 주세요”가 가능한 세계 속 유일한 나라다. 이렇다 보니 안 먹는 음식은 안 먹고, 먹게 되는 음식은 계속 더 먹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짓수를 채우려고 손님들이 찾지도 않는 반찬을 내어 주다 보니 어떤 반찬은 만든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 더 주세요. 저것 더 주세요”가 가능한 한국식당에선 식당 주인과 고객 간 불신이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주인은 고객이 반찬을 더 달라해서 한 번, 두 번, 세 번 더 주다 보면 원가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질 좋은 제품을 쓰는데 주저하게 된다. 값을 매기지 않고 반찬을 서비스하는 것이 계속되면 국가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식당은 원가 걱정에 음식의 경쟁력과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비자(韓非子) 유로편(喩老篇)에 상저옥배(象著玉杯)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 의미는 상아 젓가락과 옥 술잔이라는 뜻으로, 좋은 젓가락과 술잔을 말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결국 나라를 망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紂)는 술의 연못과 고기의 숲으로 유명하다. 그는 나무에는 고기를 걸어두고 그 사이를 알몸으로 남녀가 서로 쫓아다니게 하여 긴 밤을 술로 지샜다 한다. 주가 어느날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게 하자 이것을 보고 기자(箕子)는 악의 근원이라며 간했다 한다. 즉 상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게 되면 그때까지 사용하고 있던 토기가 성에 차지 않아 옥으로 만든 식기를 쓰려고 하고, 다음은 거기에 진귀한 음식을 담으려 하고, 그 다음은 먹을 때의 복장, 그 다음은 호화스런 궁전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아 젓가락이 단지 훌륭한 식사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이것이 사치의 단초가 되어 결국 국가의 재정을 고갈시켜 파멸을 초래하고 만다는 것이다. 하찮은 낭비가 망국적 사치로 치닫는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한비자의 교훈처럼 먹지도 않을 음식을 내어주는 것 역시 작은 사치에 해당한다. 가장 합리적인 식당 음식 구매 방법은 메인 메뉴와 김치만 세트가로 판매하고, 그 외에 반찬들은 소액의 추가요금을 받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골라서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시키면 음식의 질도 좋아진다. 반찬 하나하나를 돈 주고 파는 것이니 퀄리티에 집중하게 되고 맛있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자기가 안 먹는 반찬은 늘어놓고 먹지 않게 되니 반찬 재활용 걱정도 없어진다. 선진국형 식당으로 가기 위해선 이처럼 작은 부분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 김동현 창업디렉터 -

박민준 기자 plaer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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