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전역에 널리고 널린게 동상이다.
우리도 많은 동상들을 보고 왔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의 북문밖에 서 있는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인 <스플릿 그레고리우스 닌 동상>은 - 발등을 만지며 기도를 하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설이 있어서 우리모두가 차례대로 기도하며 기념사진을 찍었고, 중요한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각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기원하며 대주교의 뻗친 손가락에 걸리라고 신발을 던진다는 유니크한 전설이 있는 동상이다.
자그레브의 가장 번화한 곳이며, 우리가 체험하고 온 트렘의 환승지역인 반 젤라치크 광장은 '공화국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얽히며 활기를 뛰우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영웅 <반 젤라치크 동상>이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도 왕국에서 본 인상깊은 <투룰 조각상>이 있었고, 어부의 요새에서도 각기 전설과 이야기를 간직한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이번 방문지뿐만이 아니라 유럽 전역의 도시들에는 이러한 이야기를 간직한 나무들, 동상들, 모퉁이 서있는 낡은 돌조각 하나까지. 모두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걸으면 꽉 찰 것만 같은 골목어귀에도 그 지역,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의 주인공, 지역의 소설가, 장인, 예술가등의 크고 작은 동상이 다양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골목 골목마다 마을의 입구, 또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일 수 있는 광장에는 모두 그런 사랑스럽고 손때묻은 그 지역의 영웅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그 자리를 지키며 서 있었다.
지역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관광객의 사랑을 받으며 더 재미있고 감동있는 스토리들을 만들고 지키고 전해주며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뭐 조금 과장되었다면 어떠랴. 동네의 어느 할머니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들려주었던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가 사랑받는 전설이 되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돌 산이 그 곳이 바로 옛날 해적들이 숨어서 매복해서 베니스의 부유한 가문의 배들을 약탈하고 괴롭혔던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 눈앞의 평범한 돌 산이 어느새 중세 유럽의 영화의 한 배경으로 변신해서 펼쳐진다.
한국인 가이드 외에 현지 가이드들이 그때 그때 방문한 도시, 관광지에서 그들의 자랑거리를 설명해준다.
세계문화유산인 디오클래시안 궁전, 아름다운 항구와 해변길. 멋스러운 시청 등 그 이국적인 모습도 모습이지만 하나하나 간직한 작은 이야기들을 소중한 보물처럼 풀어놓는다.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들어보면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소소한 이야기가 주변의 이국적 풍광과 전달해주는 사람의 진심어린 태도에서 때로는 어렸을적 동화의 연장선처럼 정겹게 느껴지고, 때로는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어떤 논리적인 설득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 뿐만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 스토리텔링 수학, 문화재 스토리텔링, 지역 스토리텔링 등 많은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이 사용되고 있고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관광, 문화사업에 있어서의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더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경제 분야에서도 스토리텔링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재미있는 예가 있다.
오징어 불고기로 유명한 예천군 용궁면에는 '토끼간빵'이 있다. 지역주민들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에서 내놓은 상품으로 '용궁면'이라는 지역명과 전래동화 '별주부전'에서 모티브를 따와 결합시킨 유니크한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평범한 팥소의 빵이지만 뭔가 재미있고 유쾌한 느낌을 주어서 아이들의 동심과 어른들의 추억의 감성을 함께 자극하는 아이디어다.
아이들에게 '토끼간빵'을 먹어보는 재미를 주기위해 지나는 길에 일부러 들리는 여행객들도 있을 법하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먹거리를 걱정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내고 미래를 대비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언가 거창하고 새로운 사업, 최첨단의 무언가를 먼저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 의정부도 많은 것을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에 많은 역사적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고구려시대로 거슬러가는 깊은 역사와 이름에 얽힌 이야기, 역사적 인물들, 역사적 장소들이 많다.
근대사에 있어서도 의정부는 역사적인 가치가 있고, 시대적인 아픔 그리고 희생이 있다. 아픈 이야기, 자랑스러운 이야기, 슬픔과 애환 모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다.
이번에 이국적인 풍광으로 가득찬 거리를 걸으며 부수어버리고 만 역사적 건물을 아쉬워하고, 그것이 간직한 우리의 이야기들을 아쉬워 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의정부 지역 곳곳에 가지고 있는 우리만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자. 장소에 얽힌 희노애락의 옛날 이야기들과 앞으로의 희망찬 미래의 기대를 품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밖으로 자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경전철이 새롭게 태어나고, 우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사업도 구상하고 있고, 그 연계에 고심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경전철을 우리의 이야기들과 결합시켜 보면 어떨까. 각 역사와 그 주변의 명소들,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매력있게 풀어내보자.
우리에게도 '문화관광해설가'라는 제도가 있다. 자치행정상임위원회에 소속되어 질의와 토론을 통해 문제점과 개선해야할 점, 그리고 활용방안에 대해 여러차례 의견을 제시했었다.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우리가 노력하고 더욱더 큰 그림에서 그 중요도를 생각한다면, 분명히 큰 성과를 낼 수 있을거라는 소신이다. 그 제도를 활용하고 또한 지역의 유니크한 이야기들, 상품들을 결합시켜 보고 싶다.
자그레브의 철도 박물관에서 만난 비비안을 잊을 수 없다. 철도박물관의 첫 인상은 별로 대단할게 없었다.
예상보다 작은 부지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옛 기관차들. 거기에 관리인 중 우리에게 설명을 해 준다고 기다리고 있었던 비비안을 만났다.
박물관의 첫 인상처럼 비비안도 그냥 푸근한 인상의 옆집 아주머니 같았다. 일단 철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옆집 아줌마 같았던 비비안의 눈은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기관차 하나하나 어떤 엔진을 가지고 있는지 그 엔진의 역사는 어떤지 어떤 특이함이 있는지 현역에 있을때에 얼마나 대단한 영광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열의와 애정에 감탄하며 설명을 듣게 되었다.
각 기관차의 영광스런 순간과 에피소드들을 풀어 놓을 때면 광야엣 그 기차와 함께 달리고 있는 것 같았고 수없이 실어 날랐던 왕족들 귀족들 활기찬 사람들을 상상하며 웃음 지었다.
이야기들 사이사이에 전문적인 지식도 끼워 넣으며 우리의 지적 호기심도 자극해주었다. 유럽에 왔는데 왜 철도 여행을 하지 않느냐는 귀여운 지적도 해 준다.
어느샌가 그 자그마한 박물관은 어느 최신식의 커다란 박물관보다 빛나보였고,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기관차들은 옛 영화를 간직하고 편안히 누워있는 원로들처럼 기품이 있어 보였으며, 그 안쪽의 조그마한 부품까지 세심히 닦여있는 정성까지 눈에 보여 감탄하게 되었다.
우리도 한명 한명이 비비안처럼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의정부의 홍보전문가가 되어야겠다. 아무것도 아닌 돌덩이 하나에도 가슴을 건드리는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또 그것을 확대하고 포장해서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바꾸어버리는 유럽의 많은 소도시들을 보고 왔다.
우리는 그 이상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발굴해 낸데서 그치지 말고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닦고 포장해서 팔 수 있는 세일즈 정신이 필요하다.
꼭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아도, 우리도 우리의 후손에게 그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는 어른으로서의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고 돌아온 여정이었다.